현대 발레와 만난 쇼팽·바흐·베토벤…국립발레단 '트리플 빌'

입력 2022-11-09 17:32   수정 2022-11-15 14:49


현대·신고전 발레의 옷을 입은 쇼팽의 ‘녹턴’과 바흐의 ‘샤콘느’, 베토벤의 ‘교향곡 7번’을 한 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는 무대가 열린다. 국립발레단이 오는 18~20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피아니스트 조재혁·아비람 라이헤르트,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지휘 제임스 터글)와 함께 공연하는 ‘트리플 빌’이다. 국립발레단이 올해 창단 60주년을 맞아 야심차게 준비한 신작이다.

‘트리플 빌’은 세 편의 공연을 한 무대에 올린다는 의미다. 국립발레단은 이번 ‘트리플 빌’에서 모던 발레 ‘Ssss…’와 ‘아티팩트(Artifact) Ⅱ’, 네오클래식(신고전) 발레 ‘교향곡 7번‘을 함께 공연한다. ‘Ssss…’와 ‘아티팩트 Ⅱ’는 한국 초연이다.
◆무용수와 피아니스트가 빚어내는 새로운 ’녹턴‘
‘Ssss…’는 슬로베니아 국립발레단 감독인 에드워드 클러그의 안무작으로 2012년 슈투트가르트 발레단이 초연했다. 무대에는 피아노 한 대와 뒤편에 약 170개의 피아노 의자가 놓이고, 피아니스트와 무용수 세 커플이 등장한다. 피아니스트는 쇼팽의 녹턴 1번과 2번, 20번, 19번, 8번을 차례로 연주하고, 무용수들은 1인무와 2인무, 3인무 등 다양한 조합으로 춤을 춘다. 무용수들이 춤을 추지 않을 때는 무대 뒤편 피아노 의자에 앉아 객석의 관객과 마주 보는 형태로 동료의 춤을 감상한다.

지난 8월 안무 지도를 위해 방한한 에드워드 클러그는 국립발레단과의 인터뷰에서 “’Ssss..‘는 ’고요함‘이라는 단어에서 시작됐다”며 “모든 것이 조용해지는 밤에 우리가 평소에 듣지 못했던 다른 소리와 음악, 즉 우리 마음의 소리와 감정의 리듬이 더 크게 울린다는 의미를 표현한다”고 말했다. 그는 “등장인물도, 캐릭터의 이름도, 구체적인 이야기도 없지만, 관객의 감정을 불러일으키고, 관객과 소통하는 극적 요소가 존재한다”며 “숨겨진 감정과 움직임을 있는 그대로 느낄 수 있는 또 다른 형식의 스토리 발레”라고 설명했다.


무대에서 피아니스트는 무용수를 등지고, 춤을 보지 않으면서 ‘녹턴’을 연주한다. 클러그는 “음악이 춤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독립적인 하나의 예술로 존재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었다”며 “무용수와 피아니스트가 쇼팽의 음악으로 각자 자기만의 세계를 만드는 새로운 풍경을 관객이 감상할 수 있게 하는 게 이 작품의 전부”라고 말했다. 18일과 19일 저녁 공연에는 무용수 박슬기 강효형 정은영 박종석 김명규 김준경과 피아니스트 조재혁이, 19일 낮 공연과 20일에는 무용수 심현희 엄나윤 조연재 구현모 김준경 양준영과 피아니스트 아비람 라이헤르트가 무대에 오른다.
◆포사이드의 실험적 안무로 재탄생한 ‘샤콘느’
천재 안무가로 불리는 윌리엄 포사이드의 ‘아티팩트(Artifact)’는 클래식 발레와 전통적인 공연 방식을 확장하기 위한 실험적인 작품으로 독일 프랑크푸르크 발레단이 1960년 초연했다. 국립발레단은 총 4막으로 구성된 이 작품에서 2막을 따로 떼어 만들어진 ‘아티팩트 Ⅱ’를 무대에 올린다.

남녀 두 커플과 26명의 무용수가 출연한다. 군무에 둘러싸인 두 커플이 바흐의 무반주 바이올린곡인 파르티타 2번 중 마지막 춤곡인 ‘샤콘느’에 맞춰 춤을 춘다. 첫 번째 파트의 흰색 의상을 입은 무용수의 리드로 군무가 팔동작을 반복하고, 솔리스트 커플은 전형적인 포사이드 스타일의 파트너 동작을 선보인다. 국립발레단 관계자는 “안무가는 하나의 막에 7개의 장면을 넣어 모든 장면이 계속 오버랩되며 시작과 끝이 오묘하게 겹치는 안무를 추구했다”며 “이는 막 사이의 끝맺음이 정확한 클래식 발레의 기본 틀과 극명하게 대비되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윌리엄 포사이드는 “예술가로서 자신만의 박자와 감정에 따라 연주하는 음악가들을 존중하지만, 무대 위의 무용수들은 음악적으로 매우 정확해야 한다”며 공연 중 라이브 음악을 사용하지 않고 오직 MR(녹음된 음악)로만 무대를 올린다. 이번 작품에서도 MR을 사용한다. 18일과 19일 저녁 공연에는 조연재·박종석과 정은영·이재우, 19일 낮 공연과 20일에는 최유정·곽동현과 곽화경·강경모가 두 커플로 출연한다.
◆7년 만에 국내 무대에 오르는 우베 숄츠의 ‘교향곡 7번’
신고전 발레에 속하는 ‘교향곡 7번’은 ‘교향곡 발레‘ 장르의 창시자인 안무가 우베 숄츠의 대표작으로 1991년 독일 슈투트가르트발레단이 초연했다. 국립발레단은 2014년 이 작품을 초연했고 2015년에 이어 7년 만에 다시 무대에 올린다. 이번 공연에서는 ‘교향곡 7번’을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가 연주한다. 2014년 초연 때처럼 실연과 함께 ‘교향곡 7번’을 감상할 수 있는 기회다.

이 작품은 특정한 스토리나 캐릭터 없이 음악에 맞춰 무용수들을 하나의 악기, 한 개의 음표처럼 표현했다. 우베 숄츠는 클래식 음악의 작곡기법인 음악의 모티브, 멜로디의 반복과 다양한 변주에 맞게 무용수를 배치하고, 고전 발레 테크닉에 바탕을 둔 동작을 사용해 ‘교향곡 7번‘에 담긴 음악적 메시지와 베토벤의 삶을 시각적으로 표현했다. 미국 화가 모리스 루이즈의 작품 ’베타 카파‘에서 영감받아 제작한 무대 세트와 뱀처럼 뻗은 짙은 선이 목을 향해 그려져 있는 의상이 작품의 시각적 효과를 배가시킨다.

이번 공연에서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를 지휘하는 제임스 터글은 “교향곡 7번은 리드미컬한 요소가 많아 어떤 곡보다 발레에 걸맞은 작품”이라며 “숄츠의 작품은 곡과 안무가 잘 어울려 베토벤이 봤다면 마음에 들어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음악과 하나 되는 무용수들의 움직임을 주의 깊게 살펴보면 더 흥미롭게 작품을 감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무대에서 군무를 이끄는 메인 커플로 18일과 19일 저녁 공연에는 박예은과 김기완, 19일 낮 공연과 20일에는 박슬기와 이재우가 출연한다.

송태형 문화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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